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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농성중인 이창근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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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님평화 작성일15-01-14 08:13 조회3,5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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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해주십시오

 

굴뚝인 이창근 쌍용차 해고노동자

 

반갑습니다. 추우시죠? (아뇨) 촛불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따뜻해 보입니다. 월요일 신부님들, 수녀님들 쉬셔야 하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미사 봉헌해주시는 거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정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번 이렇게 거리에서 미사 봉헌하는 성직자분들 보면서 이 싸움 계속 길게 가고 있는... 한 개인으로서 면목 없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사실 이곳 굴뚝에 올라오면서요, 어떤 다짐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올라가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말들을 해야지 많이 생각했는데요. 올라오면서 굴뚝에 탁 앉는 그 순간, 가슴을 탁 때리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건 평소에 제가 다짐했던 말이 아니었고, 제가 쓰던 단어가 아니었고, 어떤 말이었습니다. 약하다는 생각들, 연약하다라는 말들, 내가 흔들리고 있구나, 하는 그런 말이었습니다. 예전에 교회와 성당에서 쌍용차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많은 말씀을 드리려고 우리 신부님, 수녀님, 우리 신도분들 앞에 서섰는데요. 그때도 매번 앞으로 나가면서 가슴을 때리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 말이 저에게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기도해주십시오라는 말입니다. 그 말이 저에게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기도해주십시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매일 가슴에 꼭 품고 매일 자고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문제가 지겹게도 오래 가고 있습니다. 동료 많이 잃었고, 시간도 많이 축낸 것 같습니다. 30대가 40대가 되었구요. 40대가 50대가 되었고, 해고 과정에서 정년퇴임 하는 동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 싸움 끝나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 청춘이 날아 가버리는, 청춘이 하얗게 새버리는 이런 시간들은 이제는 중지 선언을 하고 싶습니다. 굴뚝에 올라서 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승리라는 말이, 우리는 이긴다는 우리 주장이 쓰러져 있다면 세울 것이고 넘어져 있다면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약속들 하지 않겠습니다. 하루를 충실히 살고, 하루를 충실히 버티고 그것으로 족하겠습니다. 우리가 만날 그 시간들은 아마도 오늘을 충실히 사는 우리들에게 열리는 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일의 문은 우리가 오늘을 살았기 때문에 열지 않겠나,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마음 모아 주시고 ,힘 모아 주시고 또 그 불빛으로, 손길로 ,온기로 우리에게 늘 함께 해주시는 신부님, 수녀님, 신도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기도가 현실에서 혹은 땅위로 두발 걷고 다니지 않는 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합니다. 기도는 기도일 뿐이라는 말들도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가슴 아파하는 신부님들 수녀님들 많이 봤습니다. 가슴 아파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기도가 현실에서 뚜벅뚜벅 발 딛고 걸어가는 모습 반드시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걸 증명해 보여드리겠고 그때 여러분과 어깨 걸고 신나게 웃으면서 춤 한번 췄으면 좋겠습니다. 마음모아 주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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