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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수만큼 우리는 돈을 번다 _은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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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vergreen 작성일17-05-06 15:38 조회3,4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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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7일 목요일 제501호  (시사IN에 실린 내용입니다.) 

 

세상은 노동하는 육체의 전시장이다.
유니폼 너머, 표정 너머, 계산 너머 삶의 면모를 그려보자. 누군가 생계로 삼는 일을 더 힘겹게 하지는 말자.

개강 후 두 번째 수업에 과제 발표자가 결석했다. 과제 부담일까, 개인 사정일까. 궁금한 마음에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 오늘 안 오셔서 연락드렸어요.” “? 지난주에 수강 취소하고 환불받았는데요.” 예기치 못한 답변에 당황한 나는 전달을 못 받았다며 얼버무리고 끊었다. 문자로 남길 걸 괜히 전화했나. 불편한 상황을 만든 나 자신을 책망했다.

 

그날 전화를 끊고 수업을 잘 마쳤다. 집에 가는 길, 얼마 전 통신사 해지방지팀에서 일하다가 자살한 현장실습생이 떠올랐다. 취소·환불이란 말들이 귓속으로 여과 없이 파고드는 따가운 경험. 나는 20초 정도의 짧은 통화였는데도 가슴에서 휑한 무엇이 자꾸 올라왔다. 만약 그게 온종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 사람의 삶은 어떻게 될까. 더구나 경험의 군살이 붙지 않았을 열아홉 살 사회 초년생이라면 말이다.

 

미국 빈민 여성의 생존기이자 노동 르포르타주인 <핸드 투 마우스>의 저자 린다 티라도는 말한다. “나는 내 상처의 수만큼 돈을 번다(49).” 베이고 데는 상처만 뜻하는 게 아니다. 짜증, 분노, 무시 같은 것도 독처럼 쌓여서 영혼을 부식시킨다. 필자는 병원에 가면 스트레스를 줄이라는 처방이 내려지곤 한다며 말한다. “의사들은 잠을 잘 자고 잘 먹으라고 환자에게 말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마치 그게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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