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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불의 비판과 저항…사제의 예언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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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바라기 작성일14-01-22 10:16 조회4,4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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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불의 비판과 저항…사제의 예언직무”
최근 사제들의 현실 참여 “놀랍고 반가워”
전례가 사제의 모노드라마 되면 안 돼…신자들 참여 기회 높여야
 
 
국정원 사태 이후 천주교 사제들의 시국선언과 시국미사 등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한국 천주교회의 대사회적 발언과 예언적 직무에 대해 의미 있는 평가를 내놓았다.
 
  
▲ 강우일 주교는 <경향잡지> 2014년 1월호에서 ‘성직자 의안을 다시 읽으며’라는 글을 사제들의 예언직 수행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상봉 기자
강 주교는 주교회의 기관지인 <경향잡지> 2014년 1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1984년에 발표된 200주년 사목회의 ‘성직자’ 의안을 통해 사제의 신원과 현실을 밝혔다. 강 주교는 “만민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 백성을 가르치는 역할은 사제들의 ‘예언자직’ 수행에 해당되고, 성사를 집전하는 역할은 사제들의 ‘사제직’에, 그리고 교회 공동체를 이끄는 역할은 ‘왕직’에 해당된다”면서 1984년 사목회의 의안이 발표된 이후 지난 30년 동안 한국 교회 사제들이 이 세 가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는지 물었다.
 
강우일 주교는 이 글이 “본인의 개인적인 관찰이나 소견에 지나지 않음”을 밝히면서, 예언자직과 관련해 사제들이 ‘시대의 징표’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주교는 예수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초인간’이 아니라 “한 시대, 한 나라, 한 문화권에서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 사셨다”면서, “예수님은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진리를 가르치지 않고, 때로는 농부의 이야기, 때로는 상인의 이야기, 때로는 어부의 이야기를 통하여 세상 한복판에 사는 이들, 아무리 배우지 못한 이들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셨다”고 전했다.
 
“오늘의 사제가 펼치는 복음 선포도 이 세상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강우일 주교는 “그러므로 사제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할 수 없고, 특별히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 힘없는 이들, 짓밟힌 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제는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지키면서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자유로이 사회를 평가하고 비판하면서 바로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의안 21항)고 사제의 예언적 직분을 강조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상이 정의롭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에는 이를 고발하고 비판과 저항도 불사하는 것이 예언자의 직무”라는 것이다.
 
한편 강 주교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민주화를 위해 희생되는 이들 곁에 동행하며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려고 감옥행도 불사하고 악전고투한 사제들”, 그리고 노동자들과 빈민들과 동반하며 헌신했던 “소수의 사제들”이 있었다며 “그 소수 덕분에 한국 교회는 그 시대의 가장 억압받는 이들과의 가느다란 고리를 어느 정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용산 재개발 사태, 4대강 사업, 강정 해군기지 사업, 쌍용차 사태, 밀양 송전탑 건설, 핵발전소 건설 문제 등 “최근 몇 해 사이에 한국 교회는 연이어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대형사건과 직면하게 되었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제들이 교구의 벽을 넘어서 연대하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비복음적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놀랍고도 반가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이처럼 “지역과 교구, 수도회의 경계를 넘어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며 오늘의 시대에 복음의 증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한국 교회가 내적으로 성장했다는 표지”라고 밝혔다. 이것은 그만큼 한국 교회 사제들의 예언자직 수행의 폭이 넓어졌음을 의미하지만, “우리의 사제 직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더 가까이 근접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며 사제들의 노력을 독려했다.
 
  
▲ 강우일 주교는 사제들이 그리스도의 왕직, 예언직, 사제직을 수행하면서 시대의 징표를 읽고 세상에 참여하며, 본당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사목을 전개할 것을 요청했다. ⓒ한상봉 기자
 
직무사제직이 ‘높은 등급’의 사제직이라는 계급적 인식 정화되어야
본당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으로 사목해야 평신도 활동 활성화돼
전례가 사제의 모노드라마 되면 안 돼…신자 참여 기회 높여야
 
강우일 주교는 사제들의 ‘왕직’과 관련해, 교회는 본질적으로 ‘하느님 백성’임을 밝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관은 “성직자 중심의 위계적 교회관, 수직적인 교회관과는 대단히 큰 차이를 보여주는 획기적인 성찰”이라면서, 모든 신자들이 세례를 통해 ‘보편사제직’을 수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직무사제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신자들이 받은 보편사제직과는 차원이 다른 높은 등급의 사제직을 받은 것처럼 느끼는 계급적인 인식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면, 이는 신학적으로 분명히 정화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 주교는 “직무사제직은 결국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봉사직무”라고 말했다.
 
또한 주임신부의 의향과 리더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본당 운영 관행을 꼬집으며 “많은 경우 사목자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경제력이 있는 신자들, 사회에서도 발언권이 큰 소수의 사람들을 발탁하여 사목협의회의 구성원으로 삼고 이들을 중심으로 본당의 모든 일을 결정하고 운영해 간다”고 지적하며, “하느님 백성의 풀뿌리에서 자연스럽게 올라온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과 의지가 사목적 열매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자들이 ‘본당’ 중심보다는 ‘지역’에서 공동체를 일구어 갈 수 있도록 사목자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공동체 전체가 대단한 복음적 활기와 기쁨으로 충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강우일 주교는 ‘사제직’과 관련해 “사제들은 주로 성사 집행과 미사 전례를 통해 하느님 백성이 구원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이 눈에 보이도록 드러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은 “성직자 혼자서 모노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성사와 전례에 하느님 백성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냉담 교우 급증, 주일미사 참례자 감소, 교회 내 청소년 감소 등을 지적하며 지난 30년 전보다 현재 교회의 “전체적인 신앙생활 밀도가 그만큼 낮아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 원인으로 강 주교는 “사목자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교회 공동체의 규모와 시스템에 안주하고, 현상유지에 만족하고, 정체된 나날을 보내며 복음을 더 본격적으로 선포하려는 치열한 삶을 살아내지 못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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