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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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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바라기 작성일12-11-06 07:59 조회4,422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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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생명평화대행진, 3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다
                     45개 도시 돌며 이 땅의 “아픈 곳”을 두루 찍고 서울광장에 도착
                     문정현 신부 “이 아픔들이 합쳐지면 함성으로 바뀔 수밖에 없어”
 
 
   
▲ 용산 참사 현장에 도착한 행진단을 환영하는 강정마을 주민 ⓒ한수진 기자
 
11월 3일 낮 12시,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반대’가 적힌 노란 깃발을 들고 용산 참사가 발생했던 남일당 건물터에 모였다. 이제는 공터가 되어버린 남일당 터 한켠에는 ‘쌍용자동차 3000인 동조단식’ 표지를 몸에 부착한 이들이 사람들에게 나눠줄 유인물을 챙기기에 분주하다. “저기 온다!”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치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도로가로 몰려가 박수를 치며 행진단을 맞이했다. 10월 5일 제주를 출발해 30일간 45개 도시를 거치며 30곳이 넘는 투쟁현장을 방문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단이 대장정의 마지막 날, 서울 도심 행진의 첫 번째 방문지인 용산 참사 현장에 도착한 순간이다.
 
행진대열 맨 앞에 현수막을 들고 앞장선 용산 참사 유가족들은 자신들을 환영하는 이들과 뒤이어 들어오는 행진 참가자들 틈 속에서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르기까지 1년 동안 유가족들과 현장을 지키며 ‘남일당 성당 주임신부’로 불렸던 이강서 신부(서울대교구, 장위1동 선교본당 주임)도 상기된 얼굴로 행진단을 맞이했다.
 
 
이강서 신부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에게 역사는 반복된다”
신 데레사 수녀 “빼앗길 것 없으니 수도자인 내가 더 나서야”
 
이날 오후 내내 행진에 참여해 서울 도심을 걸은 이강서 신부는 오랜만에 용산 참사 현장에서 다시 사람들을 만난 소감을 묻자 “그 날의 아픔이 마음 깊이 되살아나면서, 이 일이 시간이 지난다고 잊히고 묻힐 수 있는 게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적혀 있었다고 알려진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에게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언급하며 “용산의 역사는 망각되는 방식으로 소멸되어서는 안 되고, 치유의 과정을 거칠 때에야 넘어설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진단은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남일당 터를 둘러싼 철제 펜스에 국화꽃을 꽂았다. 그리고 곧바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시행하고 있는 국방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국방부 정문 앞 바리케이트에 올라서서 지난 6년 동안 강정마을 주민들이 외쳤던 구호를 참가자들과 함께 소리쳤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하면 된다, 우리는 해냈다, 질긴 놈이 이긴다, 독한 놈이 이긴다, 해군기지 결사반대! 세계의 평화는 여러분들의 힘으로! 지화자 좋다~.” 발언을 마친 강동균 회장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내년도 예산 2009억을 상징하는 풍선을 터뜨리자 참가자들이 환호를 질렀다.
 
   
▲ 국방부 앞에서 '강정 마약 댄스'를 추는 행진단 ⓒ한수진 기자
 
국방부 앞 행진은 역시나 ‘강정마을 마약댄스’로 끝마쳤다. 아담한 몸으로 마약댄스 삼매경에 빠져들었던 이 호노리나 수녀(예수 수도회)는 “힘이 없다는 이유로 부당한 폭력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주고 싶어서 나왔다”고 이날 행사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전했다. 그는 최근 수도자들이 제주 강정과 밀양 등 현장을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사실 예전에도 수도자들은 아픈 이들과 늘 함께 해왔다. 더 이상 그들을 그저 지켜만 볼 수 없고, 또한 이것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호노리나 수녀는 다음 주에는 밀양을 방문할거라고 귀띔했다.
 
며칠 전에 강정마을을 다녀왔다는 신 데레사 수녀(예수 수도회)는 “주민들이 해군기지건설을 막기 위해 싸우느라 생활도, 명예도, 모든 것을 빼앗기는 상황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꼈다”면서 “수도자나 성직자는 빼앗길 것이 없는 사람이니, 수도자인 내가 더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용산 · 국방부 · 서울역 찍고 드디어 서울 광장으로
 
이어서 행진단이 향한 곳은 ‘쌍용자동차 해고자 전원복직을 위한 3000인 동조단식 결의대회’가 열리는 서울역 광장이었다. 지난 10월 10일 김정우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23번째 희생자가 발생한 지 이틀 만이었다. 행진 참가자 다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의미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하루 단식에 동참하며 걸었다.
 
   
▲ 서울광장을 향하는 생명평화대행진단 ⓒ한수진 기자
 
정리해고에 맞서 8년째 거리에서 회사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 분쇄 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노조탄압과 국가 공권력의 횡포 등 모든 문제가 연결되어있다”며 “우리가 모인 것은 쌍용차 동지들을 지원하고 연대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여민희 재능교육지부 조합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노조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살기 위해, 살리기 위해 곡기를 끊고 매일 외롭게 싸우는 노동자들과 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능교육 노조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노조 간부와 조합원 12명을 해고한 이후, 이날로 1780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 11월 1일 서울행정법원이 재능교육 해고자 9명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해 희망이 비치고 있다. 여민희 조합원은 “반드시 재능교육노동조합의 이름을 달고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하나 수녀 “아무리 봐도 예수님이 우리의 배후”
 
오후가 되자 그 수가 몇 배로 불어난 행진단은 서울역을 빠져나와 남대문과 명동을 거쳐 서울 광장으로 행진했다. 탈핵을 상징하는 노란색 바람개비를 들고 행진에 참여한 하나 수녀(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는 “예수님은 성서에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우리를 고통 받는 현장으로 초대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배후가 누구냐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아무리 봐도 예수님이 우리의 배후”라며 웃었다.
 
행진단의 사실상 ‘대장’이었던 문정현 신부는 행진단이 서울광장에 도착하자마자 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홀로 김정우 지부장이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한문 앞 천막으로 향했다. 25일째 단식을 이어온 김정우 지부장은 누운 채로 문 신부를 맞았다. “(김 지부장이) 많이 수척해졌어. 이제 시작이지 뭐.” 문 신부는 텐트 밖으로 나오자마자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는 “솔직히 서울광장까지 못 올 줄 알았다. 악조건들을 다 뚫고 왔으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국방부 앞에서 '구럼비야 사랑해' 노래를 부르는 문정현 신부 ⓒ한수진 기자
 
 
“이 아픔들이 합쳐지면 함성으로 바뀔 수밖에 없어”
 
문정현 신부는 지난 4월 강정마을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방파제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 뒤 얻은 후유증으로 허리와 발뒤꿈치에 심한 통증을 앓고 있음에도 하루도 쉬지 않고 30일을 걸어 전국의 ‘아픈 곳’을 찾아다녔다. 쌍용, 강정, 용산 할 것 없이 모든 아픈 이들이 한데 모여보자고 운을 뗀 것도, 5월에 수상한 광주인권상의 상금을 털어 행진단의 종자돈을 마련한 것도 문 신부였다. 그는 “이 아픔들이 합쳐지면 함성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그가 만난 억눌린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했다.
 
이날 밤, 서울광장에서는 무려 6시간에 걸친 긴 집회가 치러졌다. 그동안 탄압받고 소외받아 자신의 억울함을 말할 곳이 없던 이들에게는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가지 사정으로 행진단에 참여 하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우리 사회의 감춰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쌍용, 강정, 용산, 송전탑 · 핵발전소 · 지리산 댐 · 강원도 골프장 건설에 맞선 주민들, 부도 임대아파트 주민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 코오롱 노동자들 등 행진단이 만났던 이들이 무대에 올라 각자가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연대를 호소했다. 밤늦도록 늦가을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 이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함께 살자!”
 
행진단은 한 달간의 전국 행진을 마친 이후에도 지난 10월 20일 지리산, 28일 평택에서 두 차례 열린 민회에서 수렴된 의견에 따라 대한문에 농성장을 마련하고 전국에서 모아온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새로운 ‘행진’을 계속할 예정이다.
 
   
▲ 용산 남일당 터에서 행해진 퍼포먼스 ⓒ한수진 기자
 
   
▲ 용산 남일당 터에 도착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단 ⓒ한수진 기자
 
   
▲ 국방부로 향하는 생명평화대행진단 ⓒ한수진 기자
 
   
▲ 서울광장에 도착해 함께 노래를 부르는 행진단 ⓒ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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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평화님의 댓글

주님평화 작성일

우리는 분별있는 사랑에 이끌려
가난한 이들과 고통받는 지구의 울부짖음을
어느 때보다 더 분명하게 듣고 있다.

                          - 2011 예수수도회 총회 메시지 중에서 -

주바라기님의 댓글

주바라기 작성일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께 주신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파견의 부분으로써
모든 피조물을 위한 지속가능한 서식지를 재창조하기 위하여 협력하여
일할 것을 갈망한다.

                          - 2011 예수수도회 총회 메시지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