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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의 관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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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바라기 작성일13-10-08 09:18 조회4,4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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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청의 관료주의 강력 비판
"관료들의 아첨 속에 스스로를 방치한 ‘자기도취적인’ 교황들 너무 많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임명한 8명의 자문위원회 추기경들과 지난 1일부터 사흘 동안 비공개 회의를 열고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개혁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 안건에는 1989년에 발표된 교황령 <착한 목자>에 대한 재검토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착한 목자>는 교황청 행정조직의 개념과 체계, 업무지침 등을 정리한 법령이어서, 교황이 이 법령의 현대화를 통해 교황청의 관료주의를 개혁하고자 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8명의 자문위원회 추기경들과 지난 1일부터 사흘 동안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사진 출처 / 교황청 유튜브 동영상 youtube.com/vatican 갈무리)
 
 
교황청의 일차적 개혁과제는 ‘관료주의’ 청산
‘성직자 중심주의는 그리스도교와 관련 없다’
 
회의에 앞서, 교황은 지난 1일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La Repubblica)>의 칼럼니스트 유제니오 스칼파리와 인터뷰에서 꾸리아(Curia)라고 불리는 교황청 관료조직이 교황직 수행에 가장 큰 걸림돌임을 솔직하게 전했다. 교황은 인터뷰에서 “긴 교회 역사에서 보편교회가 지향해야 할 더 큰 사명들에 집중하기보다는 바티칸에서 일하는 관료들의 아첨 속에 스스로를 방치한 ‘자기도취적인’ 교황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교황은 “교황청 관료조직이야말로 교황직 수행의 가장 나쁜 영향의 근원지”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현재도 “너무 바티칸 중심적”이라고 말하며, 교황청이 주로 교황청의 이해관계를 돌보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세속적인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처럼 바티칸 중심적인 관점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서 소홀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나는 이런 관점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 문제점을 바꾸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이며, 반드시 그런 존재로 되돌아가야 한다”면서 “영혼을 돌보는 사명을 맡은 사제와 다른 사목자들, 주교들은 하느님의 백성들을 섬겨야 하며, 교황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청은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런 교회를 섬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직주의와 관련해 “나는 ‘성직자 중심주의자’를 만나면, 어느새 반(反)성직주의자인 나를 발견하게 된다”면서 “성직자 중심주의는 그리스도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단언했다. 덧붙여 “비(非) 유다인, 이교도, 타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신 바오로 사도가 이 점을 우리에게 제일 먼저 가르쳤다”고 말했다.
 
 
“교황직 수락 전 거부할 마음도 있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 “제대로 실현하고 싶어”
 
인터뷰에서 교황은 자신의 신앙과 프란치스코 성인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교황은 “하느님은 비록 어둠을 해소하지는 않으시지만 어둠을 비추시는 빛이요, 우리 모두 안에 있는 신성한 빛의 불꽃”이라며 “인류라는 종은 끝이 있겠지만 하느님은 끝이 없으신 분이요, 그런 점에서 하느님은 모든 영혼 속에 스며들고, 모든 이들 가운데 계실 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교황직 수락을 주저한 순간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교황직을 수락하기에 앞서 나는 스스로 물어보았습니다. 과연 내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가 있는 방 옆에서 몇 분 정도를 보낼 수 있는지. 머리가 온통 하얘지더니 커다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불안감을 떨치고 긴장을 풀기 위해 나는 눈을 감고서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들을 지워버렸습니다. 심지어는 전례 절차에서 허용되는 대로 수락을 거부하겠다는 생각조차 지워버렸습니다. 눈을 감고서 더 이상 불안한 감정이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 나는 커다란 빛으로 채워졌습니다. 그 빛은 잠깐일 뿐이었지만, 내게는 매우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 빛이 사라지자 나는 홀연히 일어나서 추기경들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가서 수락을 의미하는 테이블 앞으로 갔지요. 나는 서명을 했고 시종 담당 추기경이 연서를 하였는데, 그때 발코니에 ‘새 교황이 나셨다’는 문구가 내걸렸죠.”
 
이번 인터뷰에서 교황은 교황직을 수행하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실제적으로 실현할 의지가 있음을 드러냈다. 교황은 교회의 목적이 남을 ‘개종’시키는 데 있지 않으며,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회복시켜주고, 노인들을 도우며, 미래를 향해 열려 있고, 사랑을 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가난한 이들 가운데 더 가난해야 한다”며 “우리는 배제된 자들을 다시 품고, 평화를 설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오로 6세 교황과 요한 23세 교황의 영감 속에서 개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현대의 정신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현대 문화에 개방적이 되기를 결의하였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럼에도 그동안 가톨릭교회가 교회일치운동과 비신자들과의 대화에서 별다르게 진전시킨 게 거의 없다면서 “나는 그 일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겸손한 야심이 있다”고 밝혔다.
 
 
“상명하복식 아닌 수평적 조직 갖춘 교회가 시작된다”
 
   
▲ 산 다미아노 성당 ⓒ김용길 기자
프란치스코 성인에 관해 교황은, 먼저 “나는 신비주의자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그의 삶 여러 측면에서 분명히 ‘신비주의적’이었다면서, “나 자신은 신비주의의 소명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말이 갖는 심오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생각하는 신비주의자는 “모름지기 스스로 행위와 사실들, 목표와 심지어 사목적 사명까지 벗어던지고 성서의 팔복(八福)과 교감하는 데까지 향상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을 “그분은 순례자이자 선교사이며, 시인이자 예언자였으며, 신비주의자였다”면서 “그분은 당신 안에서 악을 발견하셨고, 그것을 뿌리 뽑았다. 그분은 자연과 동물, 잔디밭 위의 풀잎과 하늘을 나는 새들을 사랑하셨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분은 사람들, 아이들, 노인들, 여성들을 사랑하셨다. 그분은 우리가 일찍이 말했던 아가페적 사랑의 가장 빛나는 모범”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자신이 프란치스코와 같은 거룩한 사람은 아니지만, 교회개혁을 위해 선임한 8명의 자문위원 추기경들과 함께 수평적인 조직을 갖춘 교회를 이루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나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아닙니다. 그분 같은 힘이나 거룩함도 갖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로마의 주교요, 가톨릭 세계의 교황입니다. 제가 내린 첫 번째 결정은 8명의 추기경들을 저의 자문위원으로 임명한 일입니다. 신하가 아니라 현명한 분들이 저와 느낌을 공유하고 계십니다. 이것은 단지 상명하복식이 아닌 수평적인 조직을 갖춘 교회의 시작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개혁을 위한 8인 위원회를 마치고, 4일 프란치스코 성인이 활동했던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주의 아시시를 방문했다. 교황은 아시시에서 람페두사 섬 인근 해역에서 숨진 수백 명의 아프리카 난민들을 생각하며 “오늘은 통곡의 날”이라면서, “수많은 사람이 노예 상태와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쳐야 하는 사실에 무관심한 세상”을 개탄했다. 이어 교회와 인간이 허영과 자만으로 연결된 세속적인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며 “오늘 아시시를 방문한 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 가난한 이들과 버림받은 사람들을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성인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참고 기사 번역 제공 / 배우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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