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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900일 광화문 나승구신부 강의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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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 작성일16-10-05 13:40 조회4,7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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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900일 광화문 추모제 나승구신부님 연설

... 2016. 10. 1

세월호 참사가 있은 900일 전부터 전국은 노란 리본으로 뒤덮었습니다.

누가 하라고 할 것도 없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세월호의 진상 규명과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소리치고 모임하고 서명 받고 그렇게 900일을 지내왔습니다.

세월호의 진상을 규명하고 가족들의 아픔을 나누려는 국민들의 마음은 이제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지 않은 일을 시민들이 하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라며 통탄하던 이들이 한 마음이 되어서 국가를 새로 세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국민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무능하고 타락했지만

국민들은 현명하게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묵묵하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하십시오.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려는 속보이는 협잡을 멈추십시오.

다만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들의 거룩한 행열에 끼여 척이라도 하십시오.

그러니 이제 포기하십시오. 손바닥을 들어 해를 가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을 모면하려는 어리석은 모든 행위들을 이제 포기하십시오.

더 추악한 모습만 보일뿐입니다.

 

저희 종교인들은 매일 기도를 하며 찬미가를 하느님께 바쳐드립니다.

처음 참사를 맞이하고도 그 찬미가가 얼마나 의미 없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하느님을 원망하면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이야기해야하는 강론 시간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특별히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국민들을 향해 큰 절을 올리던 이들의 표리부동을 만날 때

악인들마저도 사랑해야 한다는 저희들의 교리가 얼마나 무정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900일을 맞이하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마음은 바뀌기 시작합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304명의 희생은 그냥 지나가는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귀중한 지를 알려주는 희생 제물이었습니다.

인간은 공감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귀한 900일이었습니다.

가장 아픈 사람들이 또다른 아픈 사람들의 이웃이 되어주는 거룩한 이들이라는 것을 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니 희생이 아프지만 또 고마울 뿐입니다. 

이 자리에서 혹은 처지가 여의치 않아 마음으로 함께 하시는 모든 선한 이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이렇게 가족이 되었습니다.

마음으로 모인, 선한 의지로 모인 가족이 된 것입니다.

이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나아간다면

세월호의 진상규명, 더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우리의 목표는 멀지 않은 미래가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이 기쁨으로 곡식을 거둘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거룩한 행렬에 기꺼이 함께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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