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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십자가봉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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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님평화 작성일15-08-08 10:14 조회4,6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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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십자가 봉헌

 

 

우리 아버지 되시는 하느님,

여기 비극과 통곡의 현장 팽목항에 세워질 이 십자가에 강복하시어,

팽목항 십자가를 봉헌하는 저희 모두의 소망대로,

눈물이 흐르는 이 땅이 부모들이 걱정 없이 자식들을 키우는 땅이 되게 해주소서.

이 십자가를 바라보는 사람들마다 위로의 기쁨을 얻게 하시고,

영혼이 정화되는 은총을 누리게 하시며,

비극을 잊지 않겠다고 하는 기억의 정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하는 저항의 기력이 꺾이지 않도록 해주소서.

- 83 팽목항 세월호 십자가 축복 기도문 중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마침내 지난 83, 많은 분들의 정성으로 최병수 작가의 세월호 십자가를 팽목항에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설치와 함께 전국에서 달려오신 신부님, 수녀님, 교우님들을 모시고 십자가가 참사에 대한 단순한 기억만이 아니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 우리가 마침내 닿아야할 진실과 정의의 나라를 향한 작은 이정표이길 희망하는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십자가는 세워졌지만 사제단은 참사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이 현장을 부활의 광장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십자가 아래를 희생자와 실종자들의 부활을 상징하는 304개의 돌로 깎은 알로 가득 채울 계획입니다. 십자가는 세워졌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셈입니다. 광장은 참사를 기억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작품이자 기억을 지우려는 세력들로부터 현장을 지키는 파수꾼, 기억을 넘어 진정으로 새로 나기위한 우리 모두의 여정입니다. 널리 알려주시고 많은 관심과 기도, 정성을 부탁드립니다. 구체적인 모금 계획은 차후 빛두레를 통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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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십자가 봉헌 미사

 

십자가는 부활의 단서... 승리의 근거... 희망의 보증

 

강론 : 김인국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242AB04255C4DB411B2977워낙 무더운 날씨라서. 만날 수 있는 분은 얼마 되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많은 신부님 수녀님들, 교우님들이 오셨습니다. 여러분 환영합니다. 고맙습니다.

 

특별히 매일 와서 미사해 주신 신부님들, 수녀님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와주시는 교우님들 고맙습니다. 교황님 방한이 1년 가까워져 오는데요. 교황님이 아무래도 잘못하고 가셨다. 생각 많이 합니다. 되는 얘기를 하셨어야 하는데. 가령 천주교여 번창하라 성장하라그거는 우리에게는 가능한 목표에요. 그리고 정말 잘할 수 있는 목표에요. 자신 있는 거에요.

그런데 우리에게 성장을 요구하지 않으셨어요. 작아지라 하셨고 가난해지라 하셨고 가난한 사람들 이해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좀 초라해지는 것은 교황님이에요. 왜요? 우리는 꿈쩍도 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말을 남기고 간 분만 머쓱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저만의 소감은 아니고요. 그냥 열풍과 함께 소비되어 버리고만 프란치스코 정신의 너무나 터무니없는 소멸이랄까요. 그러한 걸 많이 생각하며 팽목항에 돌아왔습니다.

 

최병수 작가가 팽목항에 십자가를 세우겠다는 제안을 해왔을 때 저는 솔직히 좀 불편했습니다. 아 왜 이 일을 또 왜 십자가하고 연결 짓는가. 그렇잖아요, 여러분. 우리가 이 일이 오늘의 십자가 사건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아요. 다 알아요. 그런데 그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하는 것을 서로 고백하는 순간 우리의 짐이 너무 무거워지므로 애써 그 말을 강조해오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교회를 잘 다니지도 않는 작가가 이 세월호 사건은 오늘의 십자가 사건이라 못 박고. 이 일을 사제단이 거두어 달라고 했으니, 불편하잖아요. 우리가 기금을 모아서 공사비를 대고 그러고 가면 다 끝난 게 아니잖아요.

 

예술가의 역할은 그런 거잖습니까. 사태의 핵심을 뽑아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그리고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극하는 그런 역할이 있잖아요. 우리는 모르지 않았지만, 슬며시 피하고 싶었던 사실을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에게 깨우쳐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두 손 두 발이 못 박힌 그 자리에 구멍 하나씩 더 새겨서, 아이들 손발에 박힌 못 자국이라고 하면서, 여러분이 가장 착하고 가장 깨끗하였으므로, 가장 악하고 더러웠던 죄악의 먹잇감이 되었던 사건이 십자가였다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역시 악한 시대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아이들은 그리고 다른 희생자들은 십자가의 주인공이 틀림없습니다. 십자가의 실체는 부활이잖아요.

 

이 십자가를 봉헌하면서 여전히 슬픔에 빠져계실 부모님과 유가족들에게는 부활의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바라볼 때마다 너무 힘들고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그런 장치로서가 아니라, 십자가의 또 다른 얼굴은 부활이라는 점에서 희망과 힘을 함께 나누어 갖는 은총의 십자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여기 유가족들 계시는데 그렇게 여겨주십시오. 십자가는 실패의 상징이 아니에요. 부활의 단서입니다. 승리의 근거이고요, 희망의 보증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모두에게 십자가가, 팽목항에 세워진 십자가가 고난의 다짐이기를 바랍니다. 예수가 예수이기 위해서는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십자가 없는 예수는 예수일 수 없어요. 예수가 목마르지도 배고프지도 않은 유일한 길은 십자가를 짊어지는 힘이에요. 그래서 너희 배고픈 이들아 받아먹어라. 목마른 자들아, 받아 마셔라세상의 허기와 갈증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십자가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 허기지지 않고 목마르지 않기 위해서 기꺼이 십자가를 지키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래서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그런 이들을 붙들 수 있는 은총의 의미로서 그런 십자가의 기운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은총의 도구로서 십자가의 길을 다시금 다짐하도록 합니다.

 

마침 오늘 모세의 괴로움 있잖아요. “하느님 제가 이 사람을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이런 모세의 불평 아닌 불평의 토로는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의 것이죠. 인제 그만 하고 싶은, 그런데 저 십자가가 우리에게 물러설 자리가 없다고 하니, 몸과 마음 정신이 다 흐트러지는 이 폭염에 십자가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너무나 어마어마해요. 제가 긴말을 드리지 않아도 여러분이 다 뜻을 간추렸을 거라 생각을 합니다.

여기서 제 말을 줄이고요. 조금 엉뚱한 얘기로 강론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 공중화장실 가다 보면 좀 황당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습니까?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돼서 들어갔는데, 앞에서 나오시는 말쑥한 신사가 처리를 안 하고 갔어요. 얼마나 황당해요. 제가 방금 그런 일을 겪어서... 여러분, 이 세월호 문제는요, 미룰 수 없는 거잖아요.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이 미안하지만 밟아줘 처리해달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오늘날 우리에게 맡겨진 하느님이 우리에게 부탁한 미룰 수 없는 숙제라는 걸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너무너무 오래 시간 동안 힘들어하고 있는 가족들 위로하는 기도 해주시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우리 자신을 위해서 십자가를 다시금 다짐하자는 시간을 잠시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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